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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車는 알고 있다
작업집들이 숨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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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영
  • 승인 2017.03.17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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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달리는 스크랩산업] 

현대 동국 이어 하반기 세아까지
GPS 차량관제 시스템 도입 확산
원거리 보조금 투명성 위해 도입
앞으로는 ‘작업집’ 색출에 활용돼
빅데이터 모일수록 산업분석 가능
스크랩업계에선 세계 최초 사례
방통납품기사들 앱 깔고 열공 中
정보공유 땐 선진 산업정책 활용

국내 스크랩구매∙소비 1위 현대제철은 2015년 세계 최초로 철스크랩 입고차량에 대해 GPS(위성 자동위치 측정시스템) 관제시스템을 도입했다. 동국제강도 2016년 11월 이 시스템을 도입해 테스트 기간을 거쳐 올해 2분기부터는 입고되는 전 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세아베스틸은 이 달 검토에 들어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세아베스틸은 시중 스크랩구매 순위 1∙2∙3등으로, 이들이 동시에 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시장트렌드를 리딩한다는 의미가 있다. 상위 3사의 지난 2015년 기준 시중 구매량은 약 950만톤으로 전체 시중 물동량 1510만톤의 63%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00%이고 중부권은 75%, 호남권은 67%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구매경쟁이 치열하다는 영남권에서만큼은 점유율이 35%에 그치고 있다. 어쨌든 전국시장 구매점유율 65%의 ‘바잉파워’를 지닌 3사가 철스크랩 구매업무에 GPS 시스템을 공통적으로 적용한다면 시장트렌드가 곧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현대 동국 세아 3社 잇따라 도입...구매점유율 63% 트렌드 바꿀 것

이미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이 GPS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국내 2천여대로 추산되는 철스크랩 전용운반차량, 일명 방통차(車) 운반 기사들은 100% 스마트폰으로 교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GPS단말기를 장착한 방통차가 1000대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스크랩산업의 IT화는 역설적이지만 방통차 기사들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현대 동국 세아 3사가 철스크랩 구매에 GPS시스템을 도입하는 목적은, 작게 보면 원거리 차량운반비 보조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원거리에서 왔다는 증빙을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수증이나 계근표에 의지했는데, 위조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위치추적과 이동경로 파악을 통해 원거리 운송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 해당제강사의 입장이다. 

GPS를 도입하는 넓은 의미로의 목적은, 스크랩발생지(원산지)부터 물류정보를 관리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GPS를 통해 물류정보가 더 많이 수집되면 고의 혼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블랙마켓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업자를 수시로 바꾸고 입고차량 번호판을 교체하는 식으로 감시망을 피해가고 있지만 위치추적 정보를 활용하면 고의 혼적 지역이 노출되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국가통계 관리측면에서는 지역별로 어떤 등급의 스크랩이 얼마나 발생하고 어디로 이동하며 소비되는지 정확하게 파악된다. 때문에 산업정책을 수립할 때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GPS를 도입하는 이들 3사는 향후 전(全) 제강사로 이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분석 목적에 따라 충분히 정보공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GPS 단말기 하나로 제강사별 사용가능 

한 제강사가 GPS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은 대략 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연간 5천~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제강사 입장에서는 큰 돈이 아니다. 반면 GPS단말기와 별도의 통신료를 부담해야 하는 방통차 기사들은 매달 소액의 고정비가 든다. 다행스런 것은 동국제강이 이번에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앞서 시행한 현대제철의 것과 호환되는 단말기를 채택해 현대도 들어가고 동국도 들어가야 하는 방통차 기사들이 제강사별로 단말기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줬다는 점이다.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세아베스틸도 이런 사용자 편의를 배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제강사가 GPS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차량의 대쉬보드에 제강사별로 단말기를 줄줄이 설치해야 하는 ‘비효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의 GPS 시스템 도입은, 초기에 시중 납품협력사들과 방통차 기사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내 물건 알아서 팔겠다는데 왠 간섭이냐’,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정보침해’라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공급사들에게도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 위치추적과 경로정보관리를 통한 빅데이터가 수집되면 한 마디로 국내 스크랩시장이 어떻게 연결되고 움직이는지 산업적인 해석이 가능해진다. 

◇ 더 많은 빅데이터 모을수록 산업정책 수립에 기여 

가장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것은 ‘작업집’을 색출해 제강사간 서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직한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되고 스크랩업(業) 전반에 투자심리, 지속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다. 

GPS시스템은 이미 다른 업종의 화물택배나 물류전반에 활용되고 있고, 심지어 철강제품 시장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만큼 스크랩분야에 도입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랩산업에서만큼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GPS 차량관제 시스템이 국내 스크랩산업의 체질개선과 투명성 제고와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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